생각한줄

EP 04. 인도네시아 여동생이 생겼어요!! :: 세이브더칠드런 결연후원 시작!

브랜드 컨셉영화제 최다예 에디터 2020. 8. 23. 19:19

인스타에는 올렸었지만, 최근 해외결연후원을 시작했다.

 

계기는 옆자리에 계신 팀장님이 무려 2012년부터 지금까지 (약 8년) 꾸준히 한 아이를 후원하고 계신 이야기를 듣고 나서였다. 사진으로나마 무럭무럭 커가는 아이의 모습을 보며, 간혹 오는 편지의 내용과 그림에서 성숙해지는 아이의 모습을 보며 왠지 모를 가슴 찡함이 느껴지신다고. 그걸보며 해외결연후원에 대한 호기심이 생겼다.

 

나는, 그 팀장님과는 다르게, 세상이 더 좋아지기를 바란다거나, 그런 거창한 이유는 아니다. 직전 글에도 있지만, '관계'와 '연결'에 대해서 고민하던 요즘. 단지, 내가 전혀 모르는 분야에서 새로운 연결을 느껴볼 수는 없을까 고민하던 와중에 선택한 방법이었다. 오프라인 모임에 나간다던지 하는 방법도 있겠지만, 그건 아직도 용기가 안나더라고. 사람을 기피하는 성격을 고치면 조금 더 내 세상이 넓어질 것 같긴한데, 천성이라 쉽게 바뀌진 않을 것 같다는 게 지금까지의 생각.

 

그냥 정기후원을 할 수도 있겠지만, 처음 하는 후원이기도 하고, 뭔가 조금 더 연결되어있는 느낌이면 좋겠다는 생각에 결연후원을 시작했다. 매월 3만원. 생각해보면 너무너무 커서 당장 생활에 지장이 간다거나 하는 금액은 아니지만, 막상 시작하려니 조금 고민이 되기는 했다.

 

혹시 이 3만원이 너무나 간절해져서 갑자기 해지하게 되면 어떡하지? 잘 받고 있던 친구의 입장에서는 당황스럽지 않을까? 정말 아이가 걱정이 되거나 잘 되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아니라, 그냥 '새로운 관계'와 '연결'에 호기심을 느껴서 후원을 해도 되는 걸까? 후원을 받는 아동의 입장에서는 정말정말 소중한 금액일 수 있는데. 나는 너무 가벼운 호기심으로만 여기고 있는건 아닌가? 이건 내가 '있어보이고 싶다'는 이기심은 아닐까?

 

'하고싶다'는 생각은 들었지만, '하고 싶다'와 '했다'는 엄연히 다르다는 것을 다시 느꼈다. 또 어디에 해야 좋을지도 모르겠고. 이것저것 서칭해본다는 핑계 하에 차일피일 미루다가, 결국 지난 6일, 처음으로 결연후원을 시작하게 됐다.

세이브더칠드런 홈페이지
나의 후원내역 :-)

후원할 곳으로 세이브더칠드런을 선택한 것은 실은 큰 이유는 없었다. 이것저것 찾아봐도 다 비슷해보였기 때문에. 그저 가장 많은 이들이 후원을 하는 곳이라는 말을 듣고, '그래, 돈이 허투루 쓰이거나 하지는 않겠지. 조금 더 가치있게 사용하시겠지'라는 막연한 믿음으로 신청했다. 더 고민하면 결정만 미루어질 것 같아서, 약간 홧김에 지른 것도 있었다. 지르고 나서 보니 참 멋진 카피가 있더라.

 

세이브더칠드런 홈페이지

 

'우리가 아이를 구하면, 아이가 세상을 구한다'

 

단순히 아이를 도와줘야 할 대상이 아닌, '권리'가 있는 하나의 인격으로 봐준다는 느낌이 들어서 뭔가 가슴에 와닿았던 것 같다. 설립자, 에글렌타인 젭에 대한 이야기도 참 재미있는데, 그것은 링크로. 적국의 기아들을 돕기 위해 재판까지 가야 했던 여성의 이야기다.

 

여튼, 그렇게 2~3일 뒤에, 후원 안내 전화가 오고, 또 며칠 뒤에 결연 아이가 확정되었다는 문자를 받았다. 그냥 별 다른 감정이 없을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기분이 오묘했다. 이 친구가 좋아하는 과목에 대해서, 꿈에 대해서, 사는 곳에 대해서, 좋아하는 것에 대해서 차근차근 꼼꼼히 읽게 되더라. 그리고 마지막에는 이 친구가 꿈을 이룬 모습을 한 번 상상하게 됐다. 정말 멋진 선생님이 된다면, 어떨까-하는. 아직 딱 한 번 밖에 후원하지 않았으면서, 홈페이지도 종종 들어가보며 사진을 구경했다. 지금은 뭐하고 있을까를 궁금해하면서.

 

그리고 지난 금요일. 기다리고 기다리던 우편이 왔다! (만세!) 실은 이것을 매우매우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 실제로 출력되어있는, 그런 소개서를 받아보고 싶었던 마음이었다. 우편에는 후원자가이드와 안내서, 아동 사진 등등이 들어있었다. 더불어서 당분간은 아동이 직접 작성한 편지를 받아보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편지도. 코로나 때문에 아동과의 접촉을 금하고 있다고 하는데, 아동에 대해서 궁금한 게 많았던지라 매우 아쉬우면서도, 어쩔 수 없는, 타당한 조치라 납득할 수 밖에 없었다. 어서 이 코로나가 잠잠해지기를 기다리는 수 밖에.

 

아이의 사진은 지금 사무실의 책상 위에 놓여있다. 인스타그램에는 사진을 얼굴을 가린 채로 올려두긴 했는데...홈페이지에 보니 가급적 아동의 사진과 인적사항은 올리지 않는 것을 권장한다고 해서 블로그에는 올리지 않는 것으로...인도네시아에 사는 2학년 여자친구인데, 여동생을 매우매우 가지고 싶었던 지라 볼 때마다 뿌듯하다. 앗, 나이로 보면 딸 뻘인가....여튼, 회사에서 여러가지 일로 머리 아플 때, 사진을 가만 쳐다보고 있으면 힐링이 된다. 이래서 아부지들이 아이들 사진을 책상에 두나보다.

 

회사에서 받은 우편물! 깜찍한 실팔찌도 있었는데...하고 다니기는 초큼 부끄러워서 사무실에 걍 뒀다ㅋㅋㅋ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뜬금없는 이야기지만, 사람들은 아주 작은 하나라도 연결고리가 생기면 자연스럽게 마음이 가는 것 같다. 이름도, 나이도, 존재여부도 몰랐던 내가 이 친구에 대해서 이렇게 응원하고 궁금해하는 것을 보면. 그리고, 마케터라는 직업이 바로 이런 연결고리를 만들어주는 직업이 아닐까 한다. 우리 브랜드가 이렇다는 것을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알아채고 궁금해 할 수 있도록. 기부단체가 저런 실팔찌를 보내주는 것도, 많은 브랜드에서 기부 마라톤을 하는 것도, 다 그런 활동의 일환이겠지.

 

문제는 굿즈도 기부 마라톤도 넘쳐나는 시대라는 거다. 옛날부터 지속적으로 캠페인을 해서 하나의 아이콘이 된 브랜드면 몰라도, 이제 시간하는 브랜드는 도대체 어떤 방식으로 사람들에게 '관심을 받을 수 있느냐'라는 말이다. 아마 그것이 내가 고민해야 할 부분이겠지.....그 고민은......출근하는 내일부터 다시 하는 걸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