츠타야 브랜드 탐험 :: 오프라인 공간은 어떻게 변화할까?
1) 공간에 대해 생각하다
'온라인 판매샵이 등장하며, 이제 오프라인 매장은 망하는구나' 싶었다. 비용도 저렴하고, 사람들의 유입도 훨씬 많고. 인력도 덜 들어가니 여러모로 최적의 판매장소가 아닌가. 글쎄, 오프라인 매장이 굳이 필요하지 않을 것만 같았달까?
그러나, 오프라인 매장은 분명히 살아남았다. 다만 역할이 달라졌을 뿐이다. 애플의 오프라인 매장, 애플스토어를 오픈할 당시, 스티브 잡스가 이렇게 말했다.
"팔지마라, 경험하게 하라"
물론, 스티브잡스가 온라인 매장을 견제하며 한 말은 아니지만, 어찌되었건, 오롯이 '판매'를 담당하는 매장은 이제 온라인에서는 줄 수 없었던 '경험'을 제공하는 공간이 되었다. 온라인에 비해 오프라인에서는 눈으로 볼 뿐만 아니라, 만지고 듣고 느끼며 경험할 수 있다. 제품 뿐만 아니라, 심지어 가치까지도.
애플스토어에서는 제품도 물론 경험할 수 있지만, 'IT기기를 활용한 크리에이티브 클래스'까지 개최한다. 'Think Different'한 사람들을 지원한다는 그들의 가치관과 신념을 경험케 하는 것이다. 어쨌든, 오늘은 애플의 이야기를 하고자 함은 아니니 여기까지 하는 것으로 하고.
그렇게 온라인의 위기를 잘 이겨내나 싶었는데, 이제는 전세계적인 질병이 돌기 시작했다. 코로나19. 최근 한창 공간에서 줄 수 있는 경험과 변화에 대해 빠져있었는데...코로나19로 모든 공간들의 셧다운 되기 시작하고, 자연스레 '오프라인 프로모션'도 전부다 온라인 프로모션으로 전환되기 시작했다. 회사 내의 사수도 "이제는 온라인 툴(Tool)을 통해서'만' 생각해보자"하며 의견을 좁혔다. 참 아쉬운 일이다.
확실히 이제는 온라인이 더더욱 강세를 타게 될 것이다. 그러나 정말 좁디좁은 나의 사견이지만, 아직까지 오프라인이 주는 강렬한 '경험'을 온라인이 오롯이 대신하기는 어렵다는 생각이다. 적어도 VR이 정말 현실감있게 나오기 전까지는. 온라인을 통해서 제품의 대략적인 스펙, 혹은 대략적인 느낌은 받을 수 있어도, 오프라인이 주는 생생하고 오래가는 감동을 만들기는 어렵다. 온라인의 컨텐츠는 '대체로' 휘발성이 짙다. 재미있고 강렬하다가도 금세 잊혀지고 만다. 그 행위를 꾸준히 지속해야 하나의 인식을 만들어 낼 수 있는 것이다.
오프라인 역시 지속적으로 행할 수록 짙은 인식을 만들어내는 것은 마찬가지다. 다만, 온라인보다 눈에 보이는 것이 보다 생생하고, 더 깊게 관여할 수 있기 때문에 비교적 짧은 기간 내에 인식이 형성되기 시작한다.
여튼간, 서론이 길었는데...오늘 말하려고 했던 것은...오프라인 공간만이 줄 수 있는 '경험'에 대한 이야기다. 최근 회사에서 권장하는 도서로 '츠타야'관련 책을 주었기에 떠오른 것도 있었지만. '공간'에서만큼은 츠타야만한 브랜드도 없기에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2) 인터넷을 통해 연결되는 사회에서 사람을 모으려면,
"그렇습니다. 사실은 '편하다.'라는 단순한 감각이 매우 중요합니다. 인터넷을 통해 사람과 사람이 연결되는 사회에서 물리적인 장소에 사람을 모으려면 인터넷상에는 절대로 존재하지 않는 것을 의식적으로 도입하는 수밖에 없습니다. 그것은 바람이나 빛, 그리고 그것들이 만들어내는 '편안함'이지요. '다이칸야마 츠타야서점'을 찾는 방문객 중 편안하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습니다"
마쓰다 무네아키 - <지적자본론> 中
마쓰다는 인터넷 공간에는 없고, 오로지 '오프라인'에만 있는 가치를 '편안함'으로 보았다. 그래, 글자와 평면적인 이미지만 가득한 인터넷 공간보다는 온기가 있고 소리도 있고 감정이 있는 오프라인 공간이 더 편안하게 다가오는 것은 사실이다. 인터넷은 편리할 수는 있어도 편안하지는 않다.
실제로 가본 적은 없지만, 츠타야는 사진으로만 보았을 때도 편안해 보인다. 물론, 서점이, 그리고 그 공간이 특유의 방대한 책의 영역은 대체로 편안함을 주기는 하지만, 츠타야는 더더욱 그렇다. 어떻게 마쓰다는 '츠타야' 특유의 편안함을 강력하게 만들어 낼 수 있었을가?
'다이칸야마 츠타야서점'이 편안하게 느껴지는 이유는 건물이 좋아서가 아니다. 사실은 건물과 건물 사이의 공간이 중요하다. 건물과 건물의 거리, 그곳에 비쳐 드는 햇살과 그늘의 조화……. 즉, 풍경이다. 빛이 풍경을 만들어 낸다 빛이 없으면 사람은 사물을 볼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인식도 불가능하다. 사람에게 풍경을 느끼게 하는 것은 빛과 눈의 위치다. 거기에 가장 적합한 위치를 찾아내는 것이 건축가나 디자이너의 작업에서 제일 중요한 부분이다."
마쓰다 무네아키 - <지적자본론> 中
책의 후반에는 '편안함'을 만들기 위한 마쓰다의 끊임없는 '이노베이션'의 이야기가 나온다. 편안함을 느낄 수 있는 공간, 빛, 건축에 대해서 끊임없이 탐구한다. 그리고 그 곁에는 같은 꿈을 꾸는 팀원이 함께 하며 인사이트를 준다. 그리하여 츠타야만의 '편안함'에 대한 집착이 완성된다.
책의 일화 중 재미있었던 이야기는 '다이칸야마 츠타야서점'을 건축하며 있었던 이야기다. 책에 따르면 다이칸야마 츠타야서점은 총 3개의 건물로 이루어져있는데, 그 어떤 곳에서도 서점 전체의 경관을 볼 수가 없다고 한다. 건물의 가장자리 위치를 미묘하게 어긋나게 해서 꼭 어딘가는 사각지대가 생긴다는 것이다.
때문에 서점 개관 이후, 다양한 매체에서 서점 전체를 한번에 촬영할 수 있는 스팟(Spot)에 대해 질문했지만 아무 답변도 할 수 없었다고 한다. 굳이 츠타야가 디테일한 설계를 거치며 이렇게, 서점의 전체를 볼 수 없게 만들어 놓은 것은 그 '편안함' 때문이었다. <지적자본론>에서 서점의 건축을 담당한 '클라인 다이섬 아키텍처'는 공간을 '휴먼스케일'로 만들어야 한다고 설명한다. 너무 넓은 공간에 사람이 방치되면 불안해지기 때문에. 해서, 넓은 공간을 부분부분 쪼개, 오랜 시간 편안히 있을 수 있도록 한 것이다.
3) 라이프스타일을 제안하기 위해서는
츠타야가 '책'을 파는 곳이 아니라, '라이프스타일'을 제안(또는 큐레이션)하는 곳이라는 사실은 매우 잘 알려져 있는 이야기다. 책이라는 사물이 보는 본질을 관철한 것이다. 책에서 사람들이 무엇을 얻고 싶어하는 지, 그렇다면 '책'이라는 매개체를 통해 우리가 무엇을 전할 수 있는 것인지. 단순히 '책파는 서점'으로 보면 츠타야가 지속가능할 지 의문이지만, '라이프스타일 큐레이션'이라는 업으로 본다는 츠타야가 할 수 있는 일은 무궁무진하다. 모든 사람의 인생은 처음이고, 그들은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지, 내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제안 받기를 원한다.
이 이야기도 매우매우 재미있지만, 우선 오늘 이야기할 것은 '경험'에 대한 건이기 때문에 이것으로 하고. 이 라이프스타일 큐레이션이라는 것을 만들기 위해서 츠타야는 우선 책의 분류법부터 다시 정한다. 장대한 양의 도서를 다시 카테고리화 한다는 것은 정말 쉽지 않은 일이었으리라.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이 강행한 이유는 '라이프스타일 큐레이션'이라는 그들의 가치를 경험시키기 위함이다. 기존의 분류법은 기업의 입장에서 책을 관리하기에는 편했지만 소비자에게 가치를 주기는 어려웠던 것이다. 그렇게 결국 츠타야는 자기들만의 분류법을 완성해낸다.
직원들 역시 큐레이션에 적합한 사람들을 뽑는다. 책을 인용하자면 이렇다.
"'지적자본론'이다. '서적 자체가 아니라 서적 안에 표현되어 있는 라이프 스타일을 판매하는 서점을 만든다.'라는 서점의 이노베이션을 가능하게 하는 수준의 지적자본이 필요한 것이다. 쉽게 말하면 제안 능력이 회사 내부에 축적되어 있는가, 하는 것이 중요한 척도가 된다.
'다이칸야마 츠타야서점'의 경우에는, 그런 지적자본 역할을 하는 접객 담당자가 존재한다. 각 장르에 정통한 직원이 상품 매입부터 매장 구성까지 결정하고 방문한 고객을 대상으로 나름대로의 제안을 직접 실행에 옮긴다. 요리 코너라면 일본을 대표하는 출판사에서 여성 잡지 편집장을 담당했던 편집자가, 여행 코너라면 20권 이상의 가이드북을 출간한 여행 저널리스트가, 자동차 코너라면 마니아들로부터 절대적인 지지를 모은 자동차·바이크 전문 서점 직원이, 인문·문학 코너라면 수많은 일류 작가들로부터 신뢰를 얻은 유명 서점의 카리스마 넘치는 직원이 우리의 콘셉트에 공감해 접객 담당자로서 가담해 줬다."
마쓰다 무네아키 - <지적자본론> 中
덕분에 츠타야는 서점이지만, 동시에 '츠타야 스러움'을 지닌 '공간'이 되었다. 그들의 컨셉을 경험시킬 수 있는 공간 말이다.
4) 마무리
내가 최근 공간이 주는 매력에 빠지게 한 브랜드 중 하나가 바로 이 츠타야. 온라인 시대가 주는 오프라인의 한계를 훌륭히 극복해 낸 브랜드이기도 한데, 코로나19가 주는 한계는 또 어떻게 극복해 낼 지 기대가 된다. 라이프스타일을 큐레이션한다는 그들의 가치는 변하지 않겠지만, 그들이 소구하는 방법은 또 달라질 수 있겠지! 꼭꼭 코로나가 완화되면 가보고 싶은 공간 중 하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