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셉이 '자연스레' 느껴지면서도 타겟층인 20대 여자들이 볼 수 있을 만한 영상 컨텐츠를 기획해보자는 말이야."
최근, A 브랜드의 영상 콘텐츠를 기획하며 가장 많이 듣는 말이다. 그래, 브랜드의 컨셉과 소비자의 니즈의 교집합에 컨텐츠의 핵심이 있다는 것은 알지만...그게 말처럼 쉽다면 그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겠는가. 심지어 자연스럽게라니...요즘 모든 콘텐츠의 핵심이 '자연스러움'이기는 하지만, 특정 메시지를 전달하고자 하는 콘텐츠에 '자연스러움'까지 녹이는 것이 참 쉽지 않다.
무의미한 것만 같은 서칭과 트렌드 분석의 연속. 도대체 이걸 어떻게 하라는 거야, 라는 부정적인 생각만 몽글몽글 떠오를 때 쯤, 한 유튜브를 발견했다. 그리고 팀원들과 공유한 순간 서로 이렇게 이야기했다.
"세상에, 우리가 딱 하려던 것이 바로 이런 거였어!!"
패션브랜드이자 유튜브 콘텐츠로 큰 사랑을 받고 있는 채널, ODG의 이야기다.
표면상으로 보면, ODG는 어덜트와 키즈라인을 모두 판매하는 패션 브랜드다.
패션 브랜드에서 어른을 위한 제품과 아이들을 위한 제품을 모두 판매한다는 것이 특이한 일은 아니지만,
그들이 하고자 하는 이야기를 들어보면 다른 브랜드와는 확연히 다른 느낌을 받는다.
ODG의 홈페이지에 들어가보면, 그들의 슬로건 'You were a kid once'와 함께 이런 말이 나온다.
오디지, 세상에 발을 들이다.
어린 아이들은 우리와 다른 존재가 아닌, 우리의 과거입니다.
아이들은 수 많은 시행착오를 거쳐 우리와 같은 어른이 됩니다.
하지만 어른이 된 우리는 여전히 불완전 합니다.
타인의 시선으로부터 괴로워하고, 욕망에 쫓다가 허탈해집니다.
어느날은 길을 잃고 외딴 섬에 있는 듯한 느낌이 듭니다.
그럴 때 이정표가 되는 것이 나의 어렸을 적 모습입니다.
불완전했지만 꾸밈이 없었고, 세상의 기준과 타인의 시선으로부터 자유로웠던 나의 모습.
우연히 마주한 사진 속의 어린 나는 지금의 나를 되돌아보는 거울이 되기도 합니다.
오디지는 제품을 만듭니다.
오디지는 영상을 통해 표현한 감정, 느낌, 리얼리즘, 분위기 등을 담아 유형의 상품으로 연결합니다.
아이들에게는 함께 생활할 수 있는 아이템들을, 어른들에게는 하나의 위로가 될 수 있는 아이템들을.
모두를 위한 셀렉트 샵이자, 성인들이 어린 시절의 기억을 회상하며,
아이들과 함께 공유할 수 있는 상품을 제작하는 오디지를 지켜봐주세요.
그들이 왜 어덜트 라인과 키즈 라인을 판매하는지, 왜 그렇게 할 수 밖에 없는지. 강력한 공감을 만들어 내는 지향점.
충분히 이 슬로건과 글귀도 멋있다고 생각했는데, 실은 이것보다 오천배 (주관적인 의견) 넘게 멋있었던 것은 이 지향점을 소비자와 공유하는 과정에서 어떤 컨텐츠로 녹여냈는지ㅡ에 대한 이야기다. 그니까, 약 일주간 나를 속썩였던 그 문제 말이다.
어디서 보니, 이런 형식의 채널을 비디오커머스(Video Commerce) 또는 V-commerce라고 하더라. 쉽게 말하면 다양한 영상을 활용해 구매를 유도하는 그런 판매방식을 이야기 한다는데, 나도 잘 몰랐던 용어라 이것 저것을 검색해봤다. 개인적으로는 이 사이트 가 가장 이해하기 쉽게 설명해놓은 듯!
여튼, ODG를 그냥 비디오커머스 채널로 보기에는, '아, 그니까...맞는데....어....맞긴 한데!!!'하는 그런 오묘한 느낌이 든다. 분명 구매 뽐뿌도 오고, 이렇게 나서서 검색해보고 찾아보게 될 정도로 관심을 가지게 되기는 하는데, 그냥 상품을 막 판매하는 그런 느낌은 또 아니란 말이지.
ODG에서는 제품이 아니라, 순수함과 자연스러움, 그것을 통해 위로를 받는 듯한ㅡ뭐, 이런 감성을 전한다. 그래서 보는 내내, 광고니 아니니 하는 부담스러움도 없고, 다음 영상들을 이어서 계속 클릭하고 싶게 만드는, 뭐 그런 매력이 있다.
중간 중간 연예인이 나온 시리즈도 재미있지만, 그렇게 유입되었다가도 어린아이 특유의 순수함에 반해 여러 콘텐츠들을 살펴보게 된다. 어디로 튈지 모르는 아이들을 데리고 이렇게까지 완성도 높은 콘텐츠를 만들기 까지는 어마어마한 정성이 들어간 일일테다. 한 인터뷰에서 ODG의 윤성원 대표는 이런 이야기를 한다. (전문을 보고 싶다면 링크 클릭)
Q. 대본이 따로 있나요?
A. 없습니다. 억지로 보여주는 것은 브랜드의 방향성과 맞지 않기 때문에 지양하고 있습니다.
Q. 특히 <지코와 이별에 대해 이야기하는 아이들> 편은 아이들의 순수한 모습에 감동받았어요. 어른이 아이를 보살피는 게 아니라 오히려 아이가 어른들을 위로하는 것 같은 느낌이었어요.
A. 자연스러움을 추구한다고 대책없이 아이들을 찍으면 매력적인 영상이 나오지 않습니다. 그래서 사전에 인터뷰를 거쳐 아이들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파악합니다. 예를 들면 영상에 출연한 백민서 어린이가 도마뱀의 죽음에 대해서 얘기했는데, 이 부분은 사전 인터뷰때 파악한 내용입니다. 어른이 통상적으로 생각하는 이별은 남녀 간의 이별이지만, 아이들의 시선을 통해서 동물까지 확장되는 콘텐츠가 탄생하는 거죠.
[출처] 키즈 전문 콘텐츠, ODG의 윤성원 대표 | 작성자 아망
콘텐츠의 구성이나 연출을 위해 고민하는 모습이 담긴 또 하나의 포스팅이 있다. ODG 공식 블로그에 나오는 내용이다.
방 한구석에 놓여 있던 낡은 아이리버 MP3,
영상 콘텐츠를 기획하는 단계에서 우연히 방 한구석에 놓여있는 MP3를 찾았습니다. 그리고 이는 ODG x 지코 콜라보 영상 콘텐츠를 제작하는 데에 있어 중요한 영감이 됩니다. 낡은 MP3를 보며 순간적으로 떠올린 기획 아이디어는, 어린 시절 문을 닫고 밤늦게 혼자 mp3 플레이어를 듣던 과거 우리의 모습입니다.
"평범한 사춘기 시기에 나를 위로해주는 노래를 밤늦게 혼자 들었던 기억"
"늦은 밤, 가사에 집중을 하며 위로를 받는 그때의 그 기분"
"외롭지만, 외롭지 않은 느낌. 그 기분은 도대체 무엇일까?"
말로 설명하긴 어렵지만, 그 기분을 시각화해보자는 결정을 하게 되었습니다.
"늦은 밤 방문을 닫고 음악을 듣고 있는데, 그 음악을 만든 사람이 바로 옆에서 나를 바라보는 이미지"
"안 좋은 하루를 끝내고 악몽을 꿀 것 같았는데, 누군가 나타나서 나를 위로해주는 꿈"
이를 잘 표현하기 위해서는 화면의 구성을 꿈을 꾸는 듯한 느낌이 나도록 연출해야 했습니다.
단순히, 이렇게 하면 전달되겠지ㅡ가 아니라 '어떻게 느낄까'를 생각하는 것. 그게 그들이 가장 중점적으로 둔 부분이 아닌가 싶다. 브랜드 콘텐츠임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높은 뷰(View)수를 만들어 냈던 까닭도, 브랜드가 하고 싶은 말을 강압적으로 전달하기 보다는 보는 사람이 생각하고 느끼게 만들었던, 그런 덕분이겠지.
자, 이제 그럼 내가 궁금해하던 모든 것이 잘 풀렸느냐...하면 그건 아니다...ODG의 사례를 본받아, 해당 브랜드에는 어떻게 적용하면 좋을지, 치열하게 고민해야겠지. 이럴 때마다 유튜브 채널에 대해 분석하거나 공부할 생각은 하지 않고, 무작정 소비한 내 자신에 대해 반성한다...
반성은 반성이고, 이제 앞으로의 문제겠지. 브랜드가 들어간 콘텐츠에서는 본인들이 하고 싶은 말도 분명 중요하지만, 이를 느끼게 만드는 데에 가장 큰 포인트가 있다. 어떻게 느끼게 할 것인가. 어떤 내용의 콘텐츠를 만들 것인가. 그것이 키 포인트겠지.
그럼 다시 골머리를 앓으러 가야겠다😂😂언젠간 나도 멋진 콘텐츠를 기획해내기를 바라며!
츠타야 브랜드 탐험 :: 오프라인 공간은 어떻게 변화할까? (0) | 2020.09.19 |
---|
댓글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