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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 06. 관찰에 대한 이런저런 잡설

생각한줄

by 브랜드 컨셉영화제 최다예 에디터 2020. 9. 6. 1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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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스타그램과 블로그를 시작한 것은, 100일 챌린지라는 회사 몇몇의 사람들이 모인 프로젝트 때문이었다. 100일 챌린지는 각자가 어떤 일에 도전할 것인지 정하고, 100일 동안 그것을 꼬박꼬박 진행해보는, 그런 프로젝트였다. 나는 뭔가를 기록하고 남기는 습관과 글을 쓰기 위해 관찰하고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는 태도를 가지고 싶었기에 인스타그램과 블로그를 시작한 것이고.

 

내가 개인적으로 존경하는 이승희 작가님의 영향이 강했을 것이다. 영감을 기록하고 공유하는 모습이 멋있어보였다. 또 자신의 꿈은 '영감을 주는 사람'이라고 말했던 누군가도 나에게 깊은 충격을 주었다. 그 두 사람의 영향으로 나는 100일 챌린지로 인스타그램과 블로그를 택했었다.

 

그러나 '영감을 공유합니다', '영감노트'와 같은 말을 쓰기에, 나는 너무나 작디작은 생각이 들었다. 아이디어 노트라고 하기에도. 나는 독창적인 시각이나 누군가에게 엄청난 인스파이어(inspire)를 줄 만한, 그런 내공이 없는 것만 같아서. 그래서 그냥 '노트'라고 정의한 인스타그램과, 그냥 전시나 내 생각을 주저리주저리 적어두는 기록의 공간이 되었다.

 

첫 걸음은 이것으로 만족한다. 브랜드마케팅 회사에서 근무한지는 이제 6년차가 되어가지만, 솔직히 내 스스로가 내공이 없다고 생각되기에. 우선은 차곡차곡 정보를 쌓아가고 싶다.

 

누군가에게서 들은 말이지만, '구슬이 서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라는 말에서는 두가지 필요 조건이 필요하다. 1) 우선 구슬이 서 말이 있어야 하고, 2) 그것을 꿸 줄 알아야 한다. 보통 이 말은 2번의 의미로 쓰이지만, 그것도 1번이 먼저 충족되어있어야 가능하다. 나는 지금 구슬을 서 말, 만들어 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해서, 전시회 부터 차근차근 다니고자 했는데. 시국도 시국이고, 개인적인 상황도 상황인지라, 자주 가지 못했던 것 같다. 그래서 오늘은 뭘 올릴까(뭘 생각해볼까), 고민하다가 문득 예전에 읽었던 장인성 작가님의 『마케터의 일』을 다시 뒤적였다.

 

과거의 내가 읽으며 마킹해 둔 부분들!

 

이 책을 고른 건, 뭐 엄청난 이유가 있어서는 아니었다. 갑자기 『마케터의 일』이 눈에 띄었기도 하고, 그 때의 내가 어떤 생각을 하고 있었는지도 궁금해서. 과거에 책을 읽으며, 이곳 저곳 낙서해 둔 것도 많고, 포스트잇을 붙여놓은 것도 많아서 조금 키득거리면서 되짚어 보았던 것 같다.

 

그리고 다시 펼쳐본 책에서 눈길이 갔던 구절 중 하나.

 

그 때도 나에게 인상 깊었던 구절이었는지, 다시 한 번 읽으라고 써놨다ㅋㅋㅋ

현상을 당연시 하지 말고 관찰하고, 또 관찰하라. 그냥 관심을 가지고 바라보라-라고 혼나는 것만 같은 기분. 어쩌면 지난 며칠 간, 나는 흘러들어오는 아이디어, 영감, 번뜩이는 한 순간을 '내가 준비가 되지 못해서' 미처 캐치하지 못하고 흘려보냈던 것은 아닐까?

 

실은 며칠 전 이승희 작가님의 영감기록 인스타그램에서 한 사진을 바라보았다. 어떤 택시의 사진이었는데, 택시 내부에는 다음과 같은 글귀가 붙어있었다.

 

손 세정제 사용하세요.

아이폰, 핸드폰 충전하세요.

 

그리고 이 글을 본 이승희 작가님은 이렇게 적어넣었다.

 

아이폰과 핸드폰은 다르다.

 

아마 택시에서 이 글귀를 나도 스쳐지나가듯 본 적이 있을 것이다. 손 세정제가 있는 택시, 충전기가 있는 택시는 나도 탔었으니까. 그런데 나는 왜 이것을 발견하지 못했을까? 관심이 없었으니까. 보이긴 했지만, 관찰하지 못한 것이다.

 

실은 아주 이런 미세한 포인트에서 사람의 생각이나 심리를 볼 수 있을텐데. 늘 놓치게 되는 것 같다. 이것도 연습이나 습관으로 기를 수 있는 것일까? 기르지 못하더라도 노력해봐야지 뭐.

 

장인성 작가님의 유튜브도 인상깊다. (작가님, 저 구독도 했어요!!!) 영상이라는 것이 참 품이 많이 들어가는 콘텐츠다. 물론 글이나 이미지도 그렇지만...촬영을 위해 구성을 고민하고, 직접 나가서 촬영을 하고, 편집을 한다는 게 참 손도 많이가고 시간도 많이 들여야 한다. 촬영도, 편집도 할 줄 알고 유튜브에 관심도 많은 나지만, 이런 이유로 시작하지 못했다. 힘드니까. 귀찮으니까.

 

그런데 작가님은 직접 유튜브를 운영하고 계신다. 유튜브라는 미디어 시대에, 직접 만들어보고 영상을 올려보기도 해야, 플랫폼을 이해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컨텐츠도 재밌다. 하나의 물품을 구매자의 입장에서, 그리고 소비자의 입장에서 모두 헤아려 보는 이야기다. 이것을 내가 왜 샀는지, 어떨 때 이것이 필요한지에 대해 천천히 말씀해주시는 내용을 들으며 나도 그 제품에 대해 고민해보게 된다.

 

두 분의 이야기를 보면, 성장하고 싶다는 내 마음이 진심이 맞는지, 그만한 노력을 하고 있는 것인지 많이 반성하게 된다. 어쩌면 그저 앉아서 투정만 부리고 있던 것은 아닌지. 내가 변하지 않으면 삶도 변하지 않거늘.

 

여튼 오랜만에 이런 저런 생각이 들었던 하루였다. 책도 펼쳐 보고. 책 이곳저곳에 기록을 해 둔 과거의 나와도 마주하고. 재미있는 시간들이었다. 한 번 읽었던 책인데도 다시 새로울 수 있구나 싶기도 하고. 종종 과거에 읽었던 책들을 들춰보기도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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