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리워드에 대한 리뷰라기보다는 그냥… 펀딩을 하면서 들었던 생각과 느낀점을 정리한 일기라고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리워드에 대한 이야기는 아주아주 짧고 간략하게만 들어가 있으니, 참고해주세요!
중학교 때였나. 영어 시험을 된통 망친 적이 있었다. 이제나 저제나 시험 점수 따위엔 연연해 하지 않는다 생각했는데, 꽤 많이 서러웠었다. 돌이켜보니 왜 그랬을까? 공부를 안했느니, 시험을 망치는 것은 당연한 처사인데.
아무튼, 영어 시험을 망치고 집에 가려는데 엄마한테서 전화가 왔고, 왜인지 울컥했던 나는 그 자리에서 엉엉 울어버렸다. 내 울음소리에 놀란 어머니는 한달음에 학교 앞까지 달려나오셨고, '괜찮다' 웃으시며 냉면 한 그릇을 사주셨었지.
이렇게 구구절절하게 서론을 읊었던 건, 그 때 받았던 문자 한통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자 함이다. 카톡도 스마트폰도 없던 시절. 슬라이드폰을 자랑하던(?) 내게 알 수 없는 발신번호로 도착했던 문자였는데...정확한 문구는 기억이 안나지만, 대략 이런 내용이었다.
'당신은 디지몬 세계를 구할 선택받은 용사 입니다.
지금 바로 가까운 지하철역으로 달려가 디지몬 세계를 구해주세요!'
황당했다가, 도대체 누가 보낸건지 궁금했다가, 마지막에는 키득대며 웃었다. 그리고 엄마에게 자랑했다.
"엄마 나 선택받은 용사래!"
영어점수가 뭐가 중요하랴. 선택받은 용사라는 걸. 순간 우습게도, 시험에 대한 이야기는 싹 잊혀지고, 뭐든 할 수 있을 것만 같은 기분이 들었다. 내가 특별해진 것만 같은 느낌.
어린 시절, 만화를 많이 보지는 못했다. 부모님이 결사반대를 하셨었으니까. 그래도 매우 좋아했다. 한 편의 만화를 보면 한참 공상에 빠지곤 했었다.
실은 나도 저렇게 선택받은 아이인 것은 아닐까? 나에게는 무한한 가능성이 있는 것은 아닐까?
그 때의 나는 무엇이든 될 수 있을 것 같았고, 혹여 어려움이 닥치더라도 결국엔 해내리라 믿었다. 그것이 정해진 '스토리'일테니까. '지금은 넘어졌더라도, 나에게는 다른 길들이 많아! ' 라는 영문모를 자신감이 넘쳤었다.
그리고 세월이 한참 흐른 지금, 나는 그 무엇도 될 수 없음을 뼈저리게 깨닫고 있다. 만화 속 선택받은 용사가 실제로 존재가 가능할런지도 모르겠지만, 혹여 그런 일이 있더라도 내 이야기는 아니지. 나는 이렇게나 두려움도 많고, 못하는 것도 많고, 나이도 많은 걸. 그리고 만화 속 주인공이었던 어린 시절의 나를 떠올리며 생각한다.
'그 때는 무엇이든지 할 수 있었는데.'
한창 나만의 한계에 갇혀 답답해하고 있을 때 쯤, 어쩌다가였는지 모르겠지만, 만나게 된 노래가 바로 <Butterfly> 였다. 실은 디지몬어드벤처에 나왔던 노래라는 것은 그 후에 알았다. 아마 만화보느라 정신이 팔려있었겠지. 예전에는 별로 귀기울여 듣지도 않았던 것 같은데, 문득 다시 듣게 된 이 노래의 가사에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그래, 그리 쉽지는 않겠지
나를 허락해준 세상이란
손쉽게 다가오는 편하고도 감미로운 공간이 아냐
그래도 날아오를거야
작은 날개짓에 꿈을 담아
(바로 이 노래랍니다, 여러분!!!!!)
이 나이에 애니메이션 주제가에 눈물난다는 게, 참 주책이긴 했지만. 왜인지 그 때 이 노래가 많은 위로와 격려를 건네고 있다고 느껴졌다. 세상이 내 마음대로, 편하게, 감미로운 공간이라고 생각한 내가 바보지. 주인공이란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어서는 사람들이 아니었던가. 못나도, 부딪히면서 만들어가는 게 주인공이었는데. 악착같이 살아가며 살아남는 게, 내가 동경하던 사람들이었는데.
그렇게 이 노래에 한창 빠져있을 때, 만난 반가운 소식을 만났다. Butterfly가 무려, 전영호님의 작업을 거쳐 크라우드 펀딩을 통해 앨범으로 탄생한다는 것!!!!
소식 발견 직후, 망설이지 않고 바로 펀딩에 참여했다. 금액의 문제를 떠나서, 무슨 일이든 할 수 있을거라는, 계속해서 악착같이 부딪혀보자는 어린시절의 '용기'를 사고 싶었다. 물론, 이것을 산다고 곧바로 엄청난 기적이 일어나서 '난 뭐든지 할 수 있어!!!'하는 용기가 뿜뿜 차오르지는 않을 것이다. 결국 이 모든 우울함과 절망은 내 마음가짐의 문제였으니까, 아마 내 생각이 온전히 바뀌지 않는 한, 이 우울함의 굴레에서 벗어날 수는 없겠지. 그래도 한 순간 용기를 불어넣고 위로를 해주었던, 이 노래에 작은 투자를 하고 싶었다.
재미있었던 것은, 이러한 구구절절한 사연이, 나만의 이야기가 아니었다는 점이었다. 펀딩을 한 후원자분들 모두 '추억을 산다', '지금이라도 진화할 것 같다'라는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그냥 노래 한 곡이 아니라, 이 노래를 통해서 각자의 꿈, 생각, 용기, 추억들을 사고 있었다.
나이키를 사면 뭔가 Just Do It 할 것 같고, 레드불을 마시면 한계가 없어질 것처럼.
디지몬어드벤처와 butterfly라는 노래의 컨셉(아이덴티티)은 추억과 용기 그리고 위로가 아닐까 싶다.
그럼, 누군가에게는 오글거릴, 누군가에게는 '어휴 저 직업병...'할만한 이야기는 이쯤에서 접어두고, 잠시의 자랑타임!!!!!
이번 음원에는 무려 2절 가사까지 추가됐는데, 2절 가사를 듣고 나니 더욱더 울컥. 잠깐 주접을 떨자면....세상 사람들이 이 노래, 다 알아줬으면ㅠㅠㅠㅠㅠㅠㅠ누가 보기에는 별 것이 아닐지라도, 내게는 정말 큰 힐링을 선사해주었다.
Thanks List에 있었던 전영호님의 말처럼,
허락받은 시간 동안 아름답고 멋지게 잘 날아갈 수 있기를!
노래를 들으며 다시 한 번 용기내본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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